[책-돌고래맛 별사탕] 목차만 읽었는데 벌써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조금 특별한 시집입니다. 청소년 작가의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어 세상에 나온 고등학생의 첫 시집, 돌고래맛 별사탕 입니다. 책 목차만 읽었을 뿐인데도 이미 무언가가 마음 깊숙한 곳에 툭 걸려 버렸습니다. 목차의 순서와 제목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거대한 시이자 서사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 저를 사로잡았던 그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목차의 여정을 공유해 봅니다.
1부 : 녹음방초(綠陰芳草) : 푸르게 우거진 나무와 향기로운 풀
1부는 「여름의 구멍」이라는 시로 시작합니다.
여름에 구멍이 있다니, 그 구멍은 어디에 나 있는 걸까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 틈으로 소중한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쓸쓸한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이어서 「붉은 속살을 속삭일 때」, 「토마토매실」 같은 여름 과일들이 등장하지만 어딘가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속살을 속삭인다는 표현은 이상하게 비밀스럽고 외롭습니다.
「|ㅡ<…]›‹<」
중간에 등장하는 이 제목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발음도, 해석도 되지 않는 기호의 나열. 언어가 언어이기를 포기한 순간,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들이 여기 갇혀 있다는 뜻일까요? 뒤이어 문장이 끝나지 않은 채 열려 있는 「팡 터져버린 여름을 음미하는 것은」이 이어집니다.
이 시집 안에서 여름은 그저 따뜻한 계절이 아닙니다. 해체되고, 조각나고, 다시 이름 붙여지는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은 「the end of the peach's love(복숭아의 사랑은 끝났다)」로 닫힙니다. 1부 내내 맴돌던 복숭아의 사랑이 끝나는 이 흐름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2부 : 백일몽(白日夢) : 대낮의 꿈
2부는 밤이 아닌, 대낮에 꾸는 꿈입니다. 눈을 뜨고 살아가면서, 멀쩡한 척하면서 꾸는 꿈이죠.
시작은 황혼을 뜻하는 「트와일라잇」입니다. 낮도 밤도 아닌 그 경계에서 백일몽이 시작됩니다. 「빛의 언어」를 지나, 이 시집의 부제이기도 한 「돌고래맛 별사탕」에서 한참을 멈추었습니다. 별사탕인데 돌고래맛이라니. 이 낯설고 이상한 조합이 어린 시절의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2부의 구조를 유심히 살펴보면 하나의 서사가 보입니다.
- 「퍼즐1」 : 파편화된 마음의 시작
- 「bubble love」 :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는 사랑
- 「낙하」 : 결국 아래로 떨어지는 감정
- 「퍼즐2」 : 떨어지고 난 뒤 다시 맞추는 조각들
그리고 2부의 마지막 제목은 「반창고」입니다. 어딘가 상처가 생겼고, 그것을 덮었다는 뜻이겠죠.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반창고를 붙이며 버텨내는 것, 그것이 2부의 결말입니다.
2부와 3부 사이, 정체 모를 '다섯 번째 계절'
목차를 보다가 눈을 의심했습니다. 2부가 끝나고 3부가 시작되기 전,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않은 채 툭 던져진 문장들이 있습니다.
어린왕자의 장미. 악몽을 덮어주는 이별. 다섯 번째 계절을 만드는 법. 꿈.
부록일까요, 삽입시일까요? 계절은 분명 넷인데, 청소년 시인은 존재하지 않는 '다섯 번째 계절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읽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비밀의 방 같습니다.
3부 : 범애겸리(汎愛兼利) - 모든 것을 사랑하며 함께 이익을 나눈다
1부에서 복숭아의 사랑이 끝나고, 2부에서 거품 같은 사랑이 낙하했는데, 3부의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뜻의 범애(汎愛)입니다. 상처를 받고 반창고를 붙였음에도 시인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대상을 더 넓힙니다.
3부의 첫 시 제목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바로 「친애하는 여름이여」입니다.
| 1부의 시작 | 3부의 시작 |
| 「여름의 구멍」 (여름의 해체와 상처) |
「친애하는 여름이여」 (포용과 다시 건네는 인사) |
원망도, 미련도 아닌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뜨거운 계절에게 다시 사랑스럽고 가깝다고 말을 거는 것입니다. 이 순간 시집의 구조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이후 시는 화려하지 않아 오래가는 「녹차 사랑 그리고 밤하늘」, 잔혹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요정의 숲」, 가볍고 순수해서 아련한 「흰나비」로 이어집니다. 특히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반전을 품고 있는 듯한 「보잘것없는 공기 주제에」라는 제목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사랑의 적신호」와 「파랑새」(멈춰야 할 때와 찾아 헤매는 것)를 지나, 향수를 뜻하는 「nostalgia」에 다다르면 이 모든 사랑이 결국 '그리움'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사랑 나누기 사랑=?」
사랑을 사랑으로 나눴는데 답은 물음표입니다. 더하기나 곱하기가 아닌 '나누기'. 사랑으로 사랑을 나누면 대체 무엇이 남는 걸까요?
그리고 이 시집의 최종 종착지는 「이별의 또 다른 언어」입니다. 1부에서 언어를 포기했던(|ㅡ<…]›‹<) 소년은, 3부의 끝에 이르러 이별을 '끝'이 아닌 '새로운 언어'로 번역해 냅니다. 상실이 아니라 성장이 된 것입니다.
리뷰를 마치며
- 1부: 여름을 해체하고 아파하다가
- 2부: 대낮의 꿈속에서 추락을 경험하고 반창고를 붙이지만
- 3부: 그 상처 입은 계절을 향해 다시 "친애하는"이라며 손을 내미는 여정.
《녹음방초 · 백일몽 · 범애검겸리》는 목차의 설계만으로도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는 시집입니다. 청소년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랑, 그리고 이별의 흔적들이 이 얇은 목차 안에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고등학생 작가의 버킷리스트였던 이 시집의 본문을 펼치면 과연 어디까지 끌려가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