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린 원숭이 다트 투자 실험
안녕하세요, 트렌드노트입니다. 오늘은 조금 별난 주제를 준비했는데요. 바로 눈을 가린 원숭이가 다트로 종목을 골랐더니 전문 투자자보다 성적이 좋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부터 과장인지 자료를 찾아 정리해봤습니다. 투자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끝까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프린스턴대 교수가 던진 화두
눈가린 원숭이 다트 투자라는 발상은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버튼 말킬에게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1973년 펴낸 저서에서 눈을 가린 원숭이가 신문 증권면에 다트를 던져 고른 종목이 전문가가 신중히 짠 포트폴리오 못지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주장의 배경에는 랜덤워크 이론(주가는 과거 흐름과 무관하게 무작위로 움직인다고 보는 이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가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 굳이 개별 종목을 정교하게 골라내려는 시도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뜻이죠.
말킬 교수의 이 비유는 이후 여러 언론사와 투자기관에서 실제 실험으로 재현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시장이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정보를 반영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주가에 이미 이용 가능한 정보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보는 가설)과 맞물리면서, 학계와 투자업계 모두에서 두고두고 인용되는 사례가 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유럽판, 원숭이가 이긴 진짜 이유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월스트리트저널 유럽판이 2000년 7월부터 1년간 진행한 대결입니다. 투자 전문가 그룹, 아마추어 투자자 그룹, 그리고 벽에 붙인 종목표에 다트를 던져 종목을 고른 원숭이가 함께 수익률을 겨뤘는데요.
결과는 원숭이의 승리였습니다. 원숭이는 손실을 보긴 했지만 전문가 그룹보다 손실 폭이 작았고, 아마추어 그룹은 두 집단보다 훨씬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더스탁 등 여러 매체가 전했습니다.
왜 원숭이가 이겼을까
전문가들은 이 결과의 배경으로 buy and hold(매수 후 장기 보유) 방식을 지목합니다. 원숭이는 한 번 찍은 종목을 자주 사고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던 반면, 인간 투자자들은 시세에 반응해 잦은 매매를 반복했다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인데요.
브런치에 실린 분석에서도 당시가 상승장이었던 점, 실험 기간이 1년으로 짧았던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짚고 있습니다.
반전 있음, 원래 다트 대결엔 원숭이가 없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말킬 교수의 비유를 가장 오랫동안, 가장 체계적으로 검증한 것은 사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본지가 1988년부터 2002년까지 142차례에 걸쳐 진행한 다트보드 콘테스트인데요. 이 실험에는 실제 원숭이도, 눈가리개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편집국 직원들이 사무실 벽에 붙은 증권 시세표에 다트를 던져 종목을 골랐고, 이 종목들과 펀드매니저 4명이 고른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는데요. 펀드매니저 그룹의 평균 수익률이 다트보다 높았고, 승률로 따져도 패시브 투자(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수동적 투자 방식)의 상징인 다트보다 전문가의 액티브 투자(적극적으로 종목을 골라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려는 투자 방식) 성적이 나았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확인됐습니다.
즉 원숭이와 눈가리개는 대중에게 각인되기 좋은 상징이었을 뿐, 실제 장기간 정식 실험에서는 전문가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분명히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메시지
그렇다면 이 이야기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원숭이가 인간보다 똑똑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개별 종목을 정교하게 골라내려는 시도보다,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고 오래 보유하는 전략이 생각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데요.
이는 워런 버핏이 오랫동안 인덱스 펀드(시장 지수 전체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 장기 투자를 강조해온 맥락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전문가의 분석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짧은 기간의 성과만으로 실력과 운을 섣불리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글을 마치며
눈을 가린 원숭이의 주식 투자 실험, 오늘 함께 살펴봤는데요. 실험마다 결과는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대결 구도의 실험이나 통계는 계속 등장할 텐데, 어느 한쪽의 승리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실험 조건과 기간을 함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단기 시세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분산과 장기 보유라는 기본 원칙부터 점검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특정 종목의 단기 수익률에 알파(시장 평균을 웃도는 초과 수익)를 기대하기보다, 꾸준히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결과도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작은 참고가 되셨다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이런 흥미로운 트렌드 이야기, 트렌드노트가 꾸준히 찾아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